남녀공학 여학생의 불편, “탈의실 좀 만들어 주세요!”
수십 년 지났어도 탈의실 없어 체육시간 옷 갈아입는 불편은 여전하네요.
저는 남녀공학 중학교를 다녔는데, 체육시간만 되면 장난 많은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이 옷을 갈아입는 교실에 불쑥불쑥 들어가기도 하고, 교실 안에 숨어 있다가 여학생들 옷 갈아입는 장면을 몰래 보다가 들켜서 선생님에게 무지하게 혼난 적도 있었습니다. 가끔씩은 과도한 남학생들의 장난에 수치심을 느끼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여학생도 있었지요. 늘 이렇게 체육복 갈아입는 문제로 이런저런 불편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곤 했습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네요.
그런데,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에도 이 문제가 그대로 큰 문제로 남아있더군요. 얼마 전 한 시민단체 모임에 갔다가 이 같은 말을 들었고, 실제로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들을 통해 확인해보니 여전히 이 문제가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큰 불편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2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똑같은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고, ‘아직도 그런가?’ 하면서 고개가 갸웃해 졌습니다.
하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의뢰로 문제가 심각하더군요.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조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위원회 조사발표에 따르면, 중ㆍ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겪는 두려움과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응답한 학생들의 81%가 학교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탈의실이 없는 것이라는 응답 결과가 나왔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개선의 기미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울을 비롯 수도권 등의 일부 학교와 최근에 지어진 학교에서는 탈의실 등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지방이나 오래된 학교의 경우 여전히 탈의실이 없어 여학생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전북의 경우 그 심각성을 알아보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탈의실 못 만드는 건 예산 때문? 문제 있을 때마다 툭하면 그 예산 문제!
최근 도 교육청이 국회에 제출한 ‘초·중·고·특수학교 탈의실 설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 765개교 중 탈의실이 설치된 학교는 23.6%인 181개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학교가 203개교 중 96개교에 설치돼 47.2%의 설치율을 보였으며, 고등학교는 27.9%, 초등학교는 11%, 특수학교는 9개교 중 2개교에만 설치됐더군요.
이처럼 탈의실이 부족한 것에 대해 학교측은 예산 문제를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었고, 도교육청은 남녀공학 학교부터 점진적으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더군요. 글쎄요, 탈의실 만드는 데 얼마나 큰 돈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문제에 있어 예산 타령만을 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것 같고, 그리고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가장 불편하다고 여기는 문제에 대해 오래전부터 조사결과가 나왔음에도 이에 대한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는 교육당국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를 않습니다.
또한 현행 ‘고등학교 이하 각급학교 설립운영규정’에 탈의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는 것도 탈의실 문제가 더디게 해결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일선 학교에서는 탈의실 설치에 대한 강제조항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탈의실 설치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탈의실 설치에 대한 관련규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남학생들 시선 피해 치마를 이용해 체육복 갈아입고... 결코 올바른 교육현장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더욱이 중·고교 학생들은 급격한 신체적 변화와 더불어 사춘기를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지는 시기로, 가뜩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이 탈의실이 없어서 수치심을 느낄 정도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