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족 행복 일기

나 몰래 혼자 영화 본 아내의 변명^^

장희용 2007. 7. 23. 12:28

4살 아들 녀석이 며칠 전부터 로봇 영화(트랜스포머) 보러가자고 조르데요. 속으로는 몇 번 조르다가 말겠지 하는 생각에 그냥 아무 말 않고 버텼습니다. 그런데, 웬걸~ 요 녀석이 아빠 볼 때마다 언제 보러 가냐고 하도 조르기에 할 수 없이 주말에 영화 보고 왔습니다.

 

둘이만 가면 아내와 딸이 거센 반기를 들 것 같아 “우리 영화 보러 가자?” 했더니, 헉! 전혀 예상치 못한 아내의 말. “난 안가” 어라~ 다른 때 같으면 아들과 둘만 영화 보러 간다고 하면 머리띠 두르고 반대할 마눌님이 생글생글 웃으며 둘만 갔다 오라니.

 

이때쯤이면 뭔가 수상한 냄새가 방안에 솔솔~


“불으시지. 뭐여? 뭔 속셈이여?”

“없어. 그냥 둘이 오붓하게 갔다 오라고. 이건 정말 순수한 마음이야^^”


순수한 마음이라는 말에 더욱 수상한 냄새가 풍겼지만, 그냥 믿기로 하고 아들 녀석 데리고  영화 보러 갔습니다. 그래서 영화 잘 봤냐고요?^^ 잘 보기는요-_- 10분이 멀다하고 이것 사 달라 저것 사 달라, 쉬 마렵다, 목마르다 -_- 볼 틈이 없었습니다.


10분이 멀다하고 조르던 녀석이 언제부터인가 조용해서 가만히 봤더니, 제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는 어느 새 잠들었더라고요.^^ 영화 다 끝날 때까지 쿨쿨 잠만 자던 녀석, 끝나고 나오면서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요 녀석 하는 말. “재미 없었어!” 하긴 잠만 잤으니 재미있겄냐^^

 

영화보러 왜 안 가나 했더니... 나 몰래 혼자서 영화 본 아내, 비리 밝혀지자 아내가 한 변명은?^^


나 몰래 자기 혼자만 영화 보고 와서는, 크게 인심 쓰는 척 하다니~ 


아참, 이 글에서 중요한 핵심! 순수한 마음이라던 아내의 말에 대한 검은 비리가 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영화보고 온 아들에게 아내가 재밌었느냐고 물으면서, “로봇 변신하는 거 재밌지. 착한 로봇이 나쁜 로봇 이겼지 응!”하면서 보지도 않은 영화 내용을 줄줄이 다 알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옆에서 아내 말을 듣고 있던 나, 의심 가득이 째려보는 내 의혹의 눈길과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돌리고는 자리를 서둘러 아내.

 

의심이 확증이 되는 순간!


“멈춰! 딱 걸렸어! 솔직히 털어놓지. 영화 봤지?”

“보긴 뭘 봐”

“참내. 시치미 떼겠다 이거지. 나 몰래 혼자만 영화 봤지? 봤지!”

“히히. 사실은 엊그제 외출했을 때 봤어”


이런~~ 치사하게 자기만 혼자 몰래 봐 놓고는 안 본척 하면서 인심 쓰는 척 하다니! 한 건 올린 쥐띠 남편, 호랑이 띠 아내 코너에 몰아붙이려고 하는 찰나, 아내가 하는 말.


“이런 걸 재충전이라고 하는 거야. 내가 재충전돼야 자기한테도 잘 하고 애들한테도 더 잘하지^^"


뭐야? 이렇게 나오면 내가 할 말이 없어지잖아. 속으로는 궁시렁 궁시렁 거렸지만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 이 난감한 상황. 7년 동안 집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한 아내가 재충전이 필요하다고 하니. 속으로는 ‘어라~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결국 할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었던 말은?-_-

 

“재충전? 그래, 자기도 가끔씩은 혼자 영화도 보고, 친구랑 수다도 떨고... 그럴 때도 있어야지.”


끙~ 이런 걸 보고 뻔히 알면서도 당한다고 하나 보다 ㅠ.ㅠ

 

 

덧붙이는 말: "지친 아내, 재충전이 필요하다!"

재충전된 아내, 반찬도 달라지고 퇴근 후 생글생글^^ 무엇보다 한 쪽이 웃으니 다른 반쪽도 웃게 되고, 그래서 부부간 웃음과 가정에 웃음이^^ 아내의 재충전! 남편분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