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고향의 풍경

놀부가 많아 제비가 없는걸까?

장희용 2007. 7. 24. 09:48

요즘 제비 보기 힘들지 않나요? 예전에는 여름에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제비였는데, 요즘은 시골 가도 통 제비를 볼 수 없습니다. 어제 저녁을 먹고 난 후 딸 함께 ‘자연관찰’ 책을 보는데 제비 사진이 나왔습니다. 제비에 대한 설명을 하다 문득 ‘요즘은 왜 제비가 안보일까?’ 새삼 궁금해지더군요. 


정말이지, 예전에 그렇게 많던 제비가 왜 안 보일까요? 다 어디로 갔을까요?


예전에는 시골에서 농약을 할 때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수십 마리가 넘는 제비들이 모여들어 ‘물 찬 제비’의 진수를 보여주곤 했는데. 특히 제비는 대부분 시골집 마루 천장에 둥지를 트는데, 여름 한낮에 마루에 누워 하루 종일 밥 달라고 시끄럽게 울어대던 새끼들과 먹이를 물어오는 엄마제비를 보는 것, 그리고 가끔씩 둥지 안에 있는 새끼제비들과 장난을 치는 것도 제비가 저에게 주는 재미 중 하나였습니다.


새끼들은 제가 다가가면 갑자기 요란법석을 떨었지요. 자기들 엄마가 먹이를 가져온 걸로 착각해 서로 먹이를 먼저 먹으려고 지들끼리 막 밀어내면서 입을 벌리는데, 진짜 입 크대요. 필사적으로 입을 벌려대는데, 정말 웃기고 귀엽습니다. 가끔씩은 밥알을 주기도 했는데 잘 먹더라고요.^^


제비가 마냥 좋았던 건 아닙니다. 제비가 미울 때가 있었는데, 바로 ‘응가’를 치울 때입니다. 마루 천장에 집을 지었으니 하얀 응가는 고스란히 마루 위에 떨어졌습니다. 어머니가 대부분 치우기는 하셨지만 어머니가 계시지 않으면 제가 치워야 했습니다. 오래 두면 응가가 굳어져 치우기가 더 힘들어 지니까요.


제비가 없는 건, 혹시 부동산 투기로 돈 벌려는 욕심 많은 ‘놀부’가 많아서 그런 건 아닐까요?

 


제비가 없는 씁쓸한 마음에 이런 생각도 해 봤습니다. 대한민국에는 놀부가 많아서 아마 제비가 안 올지도 모른다고? 자기 다리 부러뜨린 놀부, 욕심 많은 놀부가 우리나라에는 많아서 제비가 안 오는 것이라고!


부동산 투기다 뭐다 해서 우리나라 땅 부자 상위 1%가 개인소유 토지 가운데 51.5%를, 상위 5%가 82.7%를 소유하고 있고, 집 부자 상위 5%가 전체주택의 60%를 소유하고 있으니, 그 사람들 분명히 욕심쟁이고, 그럼 욕심쟁이의 대명사가 놀부이니 대한민국 땅과 집은 다 놀부들이 가지고 있는 거 맞잖아요.


이렇게 놀부들이 죄다 땅과 집을 가지고 있으니 어떤 제비가 아픈 과거가 있는 놀부 집에 집을 짓겠습니까? 농담 같지만 대한민국 집 대부분이 놀부 집이니 집 지을 곳 없는 한국 땅에 제비가 안 온다는 말, 나만의 생각이지만 왠지 단순히 농담처럼만 들리지는 않네요.

 

그리고 이렇게 자연의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 분명 개발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가 나쁜 쪽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