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참세상 꿈꾸며

문학적 평가 앞세워 다시 살아나는 친일파 기념사업

장희용 2007. 10. 10. 09:02
'글만 잘 쓰면 친일도 괜찮다고?’

OO0 문학상, OO0 가요제 등...
다시 살아나는 친일파 기념사업

<민족문제연구소 1차 발표,  친일인명> 
매국 수작·습작자 : 124명 / 중추원 : 279명 / 제국의회 : 11명 / 관료 분야 : 1,608명 / 경찰 분야 : 450명 / 일본군 및 만주군 장교 복무 : 213명 / 판사 및 검사(법조계) 분야 : 190명 / 친일단체 분야 : 272명 / 종교 분야 : 157명 / 문화/예술 분야 : 146명 / 교육/학술 분야 : 68명 / 언론 분야 : 40명 / 전쟁 협력 : 72명

위자료는 일제 시대에 친일행위를 한 한국인의 목록을 정리, 지난 2005년 8월 29일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친일인명사전 1차 발표 자료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수록 1차 대상자가 발표되자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가장 먼저 비난여론에 부딪힌 것은 각 지자체가 추진해 오던 친일 문화/예술 분야 인사들에 대한 각종 기념사업이었다. 곳곳에서 친일인명사전에 나온 인물들에 대한 축제 등 기념사업 등에 대한 중단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친일파의 이름을 내건 각종 음악제와 문학제, 가요제 등이 보류되거나 전격 취소됐다.


'친일명단' 파장, 친일파 기념사업 중단
http://news.media.daum.net/snews/society/affair/200509/01/kukminilbo/v10058360.html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과연 어떨까?


한 마디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친일 논란' 속 남인수 가요제가 열리고, 역시 '친일 논란'속에서 채만식 문학상에 대한 공모가 이루어지고 있다. "친일은 했지만 친일과는 상관없이 문학적 평가는 이루어져야 한다" 며 미당 서정주 문학상에 대한 시상식도 조만간 열릴 예정이다. 또한 유력일간지 논단에서는 "황군을 찬양하는 노래를 세 곡 지었지만 그만한 일로 30년이나 계속된 음악제를 중단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홍난파 음악제의 부활을 주장하기도 했다.

친일은 했지만, 이들의 문학적/예술적 가치는 달리 평가받아야 한다고? 그럼, 글만 잘 쓰면 친일을 해도 괜찮다는 것인가?

이처럼 친일논란이 일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한 00 가요제, 000 문학상, 00 축제 등... 지금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고장 출신 인물을 기념하는 사업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이들 친일파에 대한 기념사업 등을 다시 추진하거나 이미 시행하고 있다. 2년 전 ‘친일파 기념사업’이라며 들썩였던 언론이나 여론도 언제 그랬냐는 듯 관심 밖이고 잠잠하다.


그런데, 각 지자체는 친일인사로 규정된 인물에 대한 기념사업을 왜 다시 추진하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미 전국적으로 지명도나 인지도 등에서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로 널리 알려진 이들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는, 즉 보다 많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들이 필요하다는 것 때문에 친일에 대한 역사적 평가보다는 현실적으로 문학적 가치 등을 앞세워 축제 등에 이들의 이름을 활용함을 전혀 아니라고 부인하지는 못 할 것이다.

이 같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각 지자체는 이들이 친일을 한 것 대해 일제의 총칼 앞에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점, 이후 친일에 대한 사과를 했다는 점, 또한 친일이 비록 역사적 죄이지만 우리 문학사에 친일보다 더 큰 공적을 남겼다는 점, 친일에 대한 모호한 기준으로 억울하게 친일로 몰리고 있다는 점 등 여러 이유도 이들에 대한 기념사업의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친일파 기념사업! 결국 친일인명사전에 등록된 이들을 기념하는 사업의 이유를 종합해 보면 ‘작은 흠 때문에 그들이 걸어온 큰 문학사적 가치가 폄하되고, 기념사업 등이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글만 잘 쓰면, 노래만 잘 하면, 그림만 잘 그리면, 친일을 했어도 괜찮다는 것인가? 그런 것인가?


기념사업으로 다시 살아나는 친일파! 기념사업으로 수백에서 수천만원 혈세 사용! 하지만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지금 어떤 생활?


솔직히 난 잘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각 지자체와 기념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위에서처럼 친일에 대한 옹호와 함께 기념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주장하는 데, 그 주장에 앞서 분명한 역사적 사실은 이들이 분명 친일을 했다는 사실이다. 일제를 찬양하고 일제가 벌인 전쟁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나갈 것을 강요한 그들을 무슨 이유로 기념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백 번 양보해, 설령 그들이 행한 친일보다 그들이 가진 문학적 업적이 뛰어나 기념사업을 통해 이 업적을 기려야 한다면, 그들이 행한 친일에 대한 행적도 전시하고 알려야 할 것이다. 친일이 정당화 되고, 미화되고, 그것도 모자라 그들을 맹목적으로 찬양하며 기념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렇게 친일파에 대한 기념사업이 전국적으로 축제의 이름으로, 문학제의 이름으로, 가요제의 이름으로, 미술제의 이름으로 성대하게 열리는 동안, 그래서 친일 보다는 뛰어난 문학가와 예술가로서 그 명성을 이어가는 동안, 정말로 이 땅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민족 앞에 바쳤던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은 지하에서,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생활조차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산다.


친일파를 위한 기념사업에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쓰면서 정작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을 위한 지원사업에는 인색한 현실, 이런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광복 62주년이 되었어도 여전한 친일파에 대한 기념사업! 과연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지금의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역사는 지금의 이 부끄러운 오늘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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