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지 주면 자녀에게 불이익, 아이들이 무슨 죄?
교육청 촌지근절 '특단대책'
어른들 잘못을 아이들에게
전가시키는 게 '특단대책'?
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교육청이 이른바 ‘특단의 대책’ 이라는 것을 내 놓았습니다. 그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을 보면 우선, 학부모회 등이 불법 찬조금으로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하거나 각종 학교 행사를 지원한 사실이 적발되면 금품 및 향응수수로 간주, 교사는 물론 학부모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이러한 사례가 밝혀져도 당사자들에 대한 별다른 불이익 없이 유야무야 문제가 덮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행태가 계속 지속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이 대책처럼 당사자에 대한 사법처리가 반드시 뒤따라야 된다는 생각입니다.
촌지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왜 아이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키는가? 아이들에게 불이익 주는 게 촌지근절 특단대책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 특단의 대책 중에 ‘부모가 촌지를 제공하면 그 부모의 자녀에게도 불이익을 주겠다. 촌지를 준 부모의 자녀는 성적우수상에서 제외하거나 학교 내외 각종 포상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건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나온 대책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촌지를 근절시켜야 한다는 데는 그 어떤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촌지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특단의 대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거두절미하고, 왜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시킵니까? 촌지 문제에 있어, 핵심적인 당사자는 바로 일선 교사와 학부모입니다.
우선 교사 문제부터 짚어볼까요?
이런 일이 있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A 라는 아이는 특별한 이유 없이 선생님에게 자주 지적을 당하고 혼난다. 부모는 처음에는 아이에게 ‘네가 뭘 잘못했겠지?’라고 말하다가도 이러한 일이 지속되자 주변 학부모에게 상황을 말한다. 그럼 이렇게 충고해준다. “선생님 한 번 찾아가봐. 무슨 소린지 알지?”
이 후 소위 말하는 촌지를 가져다주면 선생님의 상황이 180도 바뀐다고 합니다. 그 동안의 지적과는 정 반대로 온갖 칭찬이 돌아온다고 합니다. 이 글을 만약 선생님께서 읽으신다면, 선생님들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펄쩍 뛰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아마 양심에 부끄러운 선생님도 계실 겁니다. 이건 분명히 오늘 이 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이것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교육현장에서 선생님들은 겉으로는 촌지 근절을 외치면서도 일부의 선생님들은 이런 식으로 여전히 촌지를 학부모에게 강요합니다.
학부모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선생님들이 아무리 촌지 문제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밝힌다 하더라도 막연한 불안 심리로 인해 ‘촌지를 주어야만 내 자녀에게 뭔가 하나라도 이득이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도 주는 데 나도 주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아예 작정하고 촌지로 선생님을 매수하려는 부모도 있습니다.
만약 촌지 문제로 불이익 당한다면 학교생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교육청의 특단의 대책! 과연 아이들 생각은 해 봤는가?
이처럼 촌지 문제에 있어 문제의 당사자는 선생님과 학부모입니다. 따라서 그 책임도 선생님과 학부모가 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내놓은 촌지 근절을 위한 그 '특단의 대책'이라는 것은 촌지 문제에 있어 아이들도 책임을 지라는 것 밖에 되지를 않습니다.왜, 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로 아이들이 책임을 져야 하나요?
이번 특단의 대책처럼, 만약 촌지 문제로 인해 그 아이가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했을 경우, 이 아이가 과연 학교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으리라고 보십니까? 감수성이 민감한 나이에 이런 문제로 인해 사람들의 입에 자신이 오르내리고, 불이익을 당했을 때 과연 이 아이가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저 같아도 학교 생활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또한 이 아이가 가정에서 밝게 자랄 수 있을까요? 그 가정의 행복이 유지될까요? 학교를 원망하고, 선생님을 원망하고, 부모를 원망하면서 원망과 증오하는 마음으로 자라게 될 겁니다. 왜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의 미래를 어둠으로 몰아가려 하는 겁니까. 선생님의 '양심'은 어디로 가고, 학부모의 참다운 자녀교육은 어디로 내팽겨치고, 아이들을 볼모로 삼는 건지요?
서울시 교육청의 이번 ‘특단의 대책’이 과연 아이들을 한 번쯤이라도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기에 아이들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려 하십니까?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결정입니다. 아이들에게 왜 그 죄를 물어야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