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아름다운 사람

어느 가난한 젊은 도예가의 꿈, "영혼 깃든 도자기 만들고 싶다"

장희용 2007. 11. 9. 17:24

       
“가스 가마와 달리 전통 가마에서는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죠."
 

"같은 흙과 유약을 쓰고, 같은 가마에 넣었어
도 불을 어느 방향에서 얼마나 받았느냐에
따라서 빛깔이 다르고 무늬가 달라져요."


"이 가마속에서 언젠가는 영혼이 담긴 도자기,
단 한 개만이라도 만들고 싶어요"


어느 가난한 젊은 도예가의 꿈, "내 삶에서 영혼이 깃든 도자기 단 하나만이라도 만들었으면..."


1300℃로 타오르는 불빛! 빨갛지도 노랗지도 않고 물처럼 투명하다. 은은한 멋이 배어나는 이 색감을 얻기 위해 가마에 장작을 넣은 뒤 꼬박 20여 시간을 그는 기다린다. 그 시간동안 옆에는 담배꽁초가 쌓인다. 장작 하나를 더 넣어야 하나, 넣지 말아야 하나? 그 하나를 고민하는 데, 그의 옆에는 이렇게 담배꽁초가 무수히 쌓인다. 


젊은 도예가 진범석씨(38). 오늘도 그는 작업이 수월한 가스 가마 대신, 꼬박 20시간을 가마 옆에서 물 한 모금으로 버티며 지켜야 하는 전통 가마를 이용해 도자기를 빚는다.


 “도자기는 만든다고 하지 않아요. 빚는다고 하지요. 그만큼 영혼이 담긴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8년이 지났지만 영혼의 근처에도 못 갔고, 정성이라는 단어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좋은 도자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어요. 아직 제 마음이 깨끗하지 못한 탓인가 봅니다.”


집안 권유로 회계학과 진학, 하지만 학업 중도 포기하고 도예의 길로 들어서다.

  

집안 어르신의 권유로 어쩔 수 없이 회계학과를 진학했지만,  결국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그 길로 문경으로 가 그곳에서 도자기 명인인 월파 이정환 선생님을 만나 도예의 길을 걷기 시작, 8년 째 수많은 도자기를 구웠지만 여전히 그에게 있어 자신이 만든 도자기는 세상에 내놓기 부끄럽다 말한다. 
 


그의 가마 이름은 서천동요(西川東窯)이다. ‘서쪽에 있는 물과 동쪽에 있는 흙이 만나 불과 동화 된다’라는 뜻이다. 처음부터 이 가마 이름이 서천동요는 아니었다. 이 가마 이름을 짓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한다. 도자기를 빚는 가마의 이름은 그 사람의 얼굴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직 자신의 실력이 이름을 알릴만큼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에 섣불리 이름을 지을 수 없었다 한다.


“이번 여름에도 단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몇 백 작품을 모두 깨버렸죠. 두 달간 담배 값도 없어서 힘들었어요. 하지만 포기하면 안 되겠죠? 언젠가는 꼭 영혼이 깃든 도자기를 만들고 싶어요. 이게 제 꿈이에요. 제가 죽기 전에 이런 도자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얼굴이 검게 그을리고 눈물을 쏟을 만큼 눈이 매워도 가마를 떠나지 못하는 것, 미치지 않고서는 영혼의 도자기를 만들 수 없다면서 하루 빨리 자신이 미쳤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 진범석씨. 자신의 삶에서 언젠가는 단 하나라도 좋으니, ‘영혼의 깃든 도자기’를 만들고 싶다는 게 그의 꿈이다.


가난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이 타오르는 가마의 불꽃과
그의 손길에서 ‘영혼의 깃든 도자기’가 이 세상에 탄생하기를 기도해 봅니다.그리고 우리
옛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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