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있을 때 눈 오면 ‘징글징글’
하루 종일 쓸고 또 쓸고...
하지만 보초를 설 때 칡차
한 잔의 낭만도 있었다^^
눈 오니까 갑자기 군대 있을 때 생각난다.
한 마디로 ‘징글징글’ 했다^^
아침 점호 끝나자마자, 빗자루 들고 눈 쓸기
시작하는데... 이건 쓸고 나서 뒤 돌아 서면
또 눈 쌓이고...
그래도 쌓이건 말고 무조건 쓸으랜다. 눈 뜨자마자 쓸고, 아침 먹고 쓸고, 점심 먹고 쓸고, 저녁 먹고 쓸고... 하루 종일 눈만 쓸었다^^
아니, 눈도 안 쓸거면서 고참들은 왜 그놈의 'A급' 타령하면서 좋은 빗자루는 다 가져가냐고!!
눈 쓸기! 쫄다귀 때는 더 힘들다. 뭐든지 그렇지만 고참은 일도 안 하면서 그 놈의 ‘A급’은 왜 그리도 애지중지 찾는 지...^^ 멀쩡한 빗자루는 눈 쓸지도 않는 고참이 옆구리에 끼고 다니고, 열심히 눈 쓸어야 하는 쫄다귀는 다 닳아빠진, 몽둥이만 남은 빗자루로 쓸고^^
암튼, 눈 뜨자마자 쓸고, 아침 먹고 쓸고, 점심 먹고 쓸고, 저녁 먹고 쓸고...^^ 하루 종일 눈 쓰는 게 일이었다. 아주 징글징글하게 눈 쓸었다.^^
근데, 더 징글징글 한 건 요렇게 눈이 내리면 밖에서 훈련이나 야외활동을 못 하니... 눈 쓰는 시간 빼 놓고는 그 놈의 정신교육-_- 으~ 생각만 해도 싫다 싫어^^ 그 중에서도 제대하는 내내 수백 번도 더 들었을 화생방 교육, 정말이지 귀에 따갑도록 듣는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수 백번도 넘게 들었어도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거^^ 군대 가면 다들 정신이 멍~ 해져서 사회에서 5분이면 외울 것 이렇게 제대하는 내내 듣고 또 들어도 도통 외워지질 않으니...히히! 화생방 교육, 하도 지겨워서 그런지 예비군 훈련 가서도 제일 받기 싫은 교육 중 하나가 바로 이 화생방 교육이다^^
그리고 눈이 오면 춥기 때문에 보초 서러 갈 때 방한화를 신는다.
그런데, 요게 밤 12시 이전까지는 그런대로 따뜻한데, 여러 사람이 신다보면 습기가 차기 때문에 새벽으로 갈수록 축축해진 탓에 신으면 오히려 더 발이 시려웠다. 물론 난로 옆에 말리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다보면 그 축축함이 갈수록 더해지기 때문에 다음 보초가 나가기 전까지 다 마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발 동동 구르던 기억이 생생하다^^
징글징글 했지만 보초 설 때 배달되는 따끈한 칡차 한 잔의 낭만도 있었다!^^
뭐, 그래도 눈 오면 ‘징글징글’한 기억만 있는 건 아니다. 낭만은 있었다.^^
바로 뜨끈뜨끈한 칡차^^ 겨울이 오기 전에 인근 야산에서 칡을 캐 말린 다음 이렇게 겨울이 되면 행정반 난로 위해 대형 주전자를 올려놓고 칡차를 끓인 다음 보초 설 때마다 배달해 줬다. 그 때 칡차를 배달하는 사람을 우리는 앞에 성씨를 붙여 ‘김 마당, 장 마담, 박 마당...’ 이렇게 불렀다^^
마담은 차 배달하는 조건으로 보초에서 열외 됐으니, 마담도 짬밥이 있어야 가능했다는^^
눈 내리던 군대 시절... 내리는 눈 쓸고 또 쓸고, 내무반에서 정신 교육 받느라 팔 다리 어깨 허리 안 아픈 데가 없고, 축축해진 방한화 신고는 얼은 발 녹이려 발 동동 구르면서 고생 징글징글 맞게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김 마담이 배달해 주는 따끈한 칡차 한 잔의 낭만도 있었다.^^
눈 내리니까 갑자기 징글징글했던 눈 쓸기와 추위에 떨며 보초 서던 생각, 그리고 그 때 먹었던 따끈한 칡차가 생각난다.^^ 지금도 그렇게 열심히 눈 쓸고 칡차도 배달하나?^^
그리고, 군인들 겨울 되면 엄청 춥습니다. 이 겨울이 안 춥도록 따뜻한 방한장비 좀 넉넉하게 마련해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