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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겨운 고향의 풍경

80 농부의 당부, "농민 외면 말라"

완연한 봄 날씨입니다.

곳곳에서 봄을 알리듯 매화도 피고, 목련도 피고, 파릇파릇 새싹들도 돋아납니다.

주말이 되면 많은 도시사람들은 오는 봄을 만끽
하러 나들이도 떠납니다.

하지만 오는 봄, 무척이나 바쁜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농부들입니다.

봄이 됐으니 이제 1년 농사 준비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농사준비로 분주한 농촌...그리고 80 농부의 당부, "농민 외면 말라"


논도 갈고, 비료도 주고, 두엄도 내야 합니다. 겨우내 쌓아 두었던 모판도 꺼내 부서진 곳이 없나 상태도 확인하고. 이제 조금 더 지나면 볍씨 싹도 틔워야 하고, 모판에 넣을 흙도 곱게 쳐야 하고, 논에 물을 넣어 로터리도 쳐야 합니다.


그렇게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한 평생 땅을 일궈 자식들 대학 보내고 시집장가 보내고... 하지만 우리네 농부들이 그렇게 땅을 일구어 자식들만 가르친 것은 아니지요. 어려웠던 시절, 지금은 기업들이 물건을 수출해서 먹고 살지만,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는 바로 이 농부들의 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농촌은, 농부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무관심의 대상입니다. 라면값 100원 오르면 연일 언론에 떠들썩하게 나오지만, 비료값이 오르고 사료값이 오르고, 농기계 값이 올라도 조용하기만 합니다. 아무도 농촌과 농부들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비료값이 올랐습니다. 비료 한 포대 당 1만2천9백50원으로 무려 24%나 올랐습니다. 사료값은 두 달이 멀다하고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7천원이 9천원이 되고, 5월에 또 오른다고 합니다. 계속 오르는 곡류값 때문에 한 포대당 1만5천까지 오를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농기계 값도 올랐습니다.

이렇듯 해를 거듭 할수록 농사 비용이 더 들어가니, 농사 지어야 남는 것 없는 농부들 마음은 속상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 하나 이런 농부들 마음을 헤아려 주는 곳이 없습니다. 그 옛날 농부들의 힘으로 지금의 우리나라가 됐지만,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렇게 농촌은, 농부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네 농부들은 오늘도 논으로, 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땀의 대가가 정당하게 돌아오지는 않지만, 평생 일군 땅이기에 오늘도 논으로, 밭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하지만 이제 힘에 부칩니다. 세월 흘러 나이가 들으니 이제 지게 하나에 비료 2포대만 실어도 발걸음을 떼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농촌에 젊은 사람이 없으니 그 고단한 농사일 나이 드신 고령의 농부들이 할 수밖에 없습니다. 힘에 부쳐 기계를 가진 사람에게 맡기고 싶지만, 농사 지어 남은 것 없으니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그저 견디는 수밖에 없습니다.


봄이 찾아와 온통 봄 풍경과 봄나들이로 북적거리는 오늘... 하지만 들녘에서는 우리의 무관심 속에서 늙으신 우리네 농부님들이 지게를 지면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들녘에서 만난, 올해 80이 되신 농부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농부들 외면하면 안돼. 이제와 농부들을 외면하는 것은 자식이 부모에게 소홀히 하는 것과 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