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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색과 향기방

두발단속 엄격했던 시절, 내가 배운 것은?

제가 고등학교에 입학한 때가 88년도입니다.
당시 올림픽을 앞두고 교복자율화나 두발자
유화 조치가 취해졌습니다.

우리 학교도 그 해에 교복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두발만큼은 ‘귀 위로 3㎝'규정을 엄
격히 지켜야 했습니다.

그 당시 기억나는 한 사건이 있는 데, 지금
상황에서 두발이나 복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름대로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싶어 글
을 써 봅니다.

두발단속 엄격했던 시절, 내가 배운 것은?

하루는 선생님이 머리 검사를 하는 데, 한 친구가 걸렸습니다. 머리를 빳빳하게 세워서 가르마를 탄 것이 적발된 이유였습니다. 선생님은 학생이 가르마를 탔다고 몹시도 화를 냈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곱슬머리라 그런다는 둥, 땀이 난 후 말라서 그렇게 됐다는 둥 이런저런 이유를 댔습니다. 곱슬머리에, 땀에, 잘도 빠져나가더니 이제는 급기야 빨래비누까지 등장하더군요.


빨래비누로 감으면 머리가 뻣뻣해져서 그렇게 된다고. 엽기적인 그 친구의 말에 선생님마저 껄껄껄~ 웃으시더군요. 하지만 결국 그 친구는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머리를 감으러 가야 했지요. 우리 선생님 그 친구의 머리를 손수 감겨주었습니다. 향기 나는(?) 빨래비누로^^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두발단속을 엄격히 하던 시절이었지만, 손수 머리도 감겨 주시고.  그 이후에도 선생님은 극단적으로 머리를 가위로 자르거나, 아니면 벌을 주기 보다는 친근감 있게 두발 문제를 해결했고, 또한 ‘왜 학생들이 두발을 학생답게 하고 다녀야 하는 가?'에 대해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은 무조건 '머리 잘라'가 아니라 왜 머리를 잘라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말씀해 주셨지요. 그런 영향 때문인지 그 친구도 이후로는 머리 단정하게 하고 다녔고, 다른 친구들도 두발문제 가지고 선생님이나 학교측과 큰 마찰이 없었습니다.


지금 두발단속 문제에다 자연머리 확인증까지 있다는 말을 듣고 옛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겪은 경험으로도 그렇고, 또 지극히 평범한 말이겠지만 두발 문제나 복장 등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 제도라는 틀 속에 넣고 아이들에게 그 제도를 따라오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하는 이해와 존중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학교에서부터 외면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일방적 강요' 아닌 '이해와 존중' 필요... 그래야 이 다음에 커서도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마음 갖는다!

이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은 영어, 수학이 전부는 아닙니다. 어쩌면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을까요?

 

흔히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라고 하는 데,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할 학생 시절에 이해와 존중,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대신 이 같은 일방적 독선주의를 배운다면 과연 우리 미래 사회가 이해와 존중의 민주사회가 될까요?


 이 다음에 아이들이 우리 사회 주역이 됐을 때, 그 사회가 올바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생각과 의견을 들어보지 않은 채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그 제도를 강요하면서 따라오라고 하는 지금의 모습이 아니라, 이해와 존중이라는 큰 틀에서 그 제도의 합리성에 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것을 어른들이 보여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그 제도가 왜 필요한지, 왜 지켜야 하는지를 마음으로 알고, 또한 그로 인해 그 제도를 존중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까요?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 것은,  이 같은 민주주의 원리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는 보다 성숙된 민주주의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무조건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시키는 대로 해!’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민주적인 아이 대신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독선적인 아이로 자라게 할 것입니다. 이는 곧 우리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요? 두발과 복장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간단한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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