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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색과 향기방

선거철, 정말 바쁜 사람은 따로 있다

아침마다 신문배달을 하는 데, 신문을 놓고
계단을 걸어 현관문을 나오는 순간에 어디
선가 ‘투두둑~’ 소리가 나더군요.

고개를 돌려 소리 난 곳을 보니 우체부 아저
씨가 바닥에 떨어진 하얀 봉투들을 줍고 계
셨습니다.

아마 하얀봉투를 묶은 끈을 뜯다가 그만 봉투
를 바닥에 떨어트린 것 같았습니다.
아저씨는
서둘러 땅에 떨어진 봉투를 손에 들더니 아파
트 현관으로 뛰어가더군요.

마침 오토바이 옆을 지나가던 터라 뭔가 하고는 힐끗 오토바이에 있는 우편함 박스를 봤습니다. 선거홍보물이었습니다. 선거가 얼마 안 남았으니 각 가정마다 배달되는 후보자들과 선거관련 홍보물이 담긴 봉투였습니다

선거홍보물 배달하는 우체부 아저씨! 이른 아침부터 얼마나 바쁜지 계속 뛰어다니더군요! 

어휴~ 선거홍보물이 얼마나 많은 지, 우편함 박스를 가득 채우고도 넘치는지라 혹시 떨어질까 봐 검은 밧줄로 묶기까지 했더군요. 한 개당 두께도 엄청 두꺼웠습니다. 그렇게 힐끗 쳐다보고는 다음 신문배달을 위해 옆 동으로 걸어가고 있는 데 ‘부우웅~’하고 아저씨가 다소 빠르다 싶은 속도로 오토바이를 몰고 오더군요.

아저씨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오토바이가 정지함과 동시에 몸은 이미 오토바이 뒤에 있는 우편함 상자로 가서는 끈을 풀고, 또다시 하얀 봉투를 들고 계단을 뛰어올라갔습니다.
정말 몹시도 바빠 보였습니다. 저도 신문을 놓기 위해 아저씨 뒤를 따라 현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저씨가 아파트 각 호수 우편함에 선거홍보물을 정신없이 넣고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시간에 쫓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왠지 그런 아저씨 모습이 그렇게 유쾌하게 보이지는 않더군요.
‘얼마나 바쁘기에 저렇게까지 막 뛰어다니시고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저씨, 많이 바쁘신가 봐요. 아까도 보니까 막 뛰어다니고 그러시던데”

“아, 네. 요즘 선거철이라서. 홍보물 때문에 일이 많네요.”

“그렇게 많아요?”

“그렇죠. 각 가정마다 모두 나눠줘야 하니까. 정신이 없어요.”


아저씨에게 좀 더 뭔가를 묻고 싶었지만, 이미 우편함에 홍보물을 다 넣은 아저씨이고 보니, 바쁜 아저씨 붙잡고 더 이야기하기가 죄송해서 그만 두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우체부 아저씨들의 근무시간까지는 잘 모르지만 제가 신문배달을 하면서 아저씨를 만난 시간이 아침 7시10분 정도였거든요, 설마 정식 근무시간은 아니겠죠? 아저씨 말대로 선거 때문에 모든 가정마다 선거홍보물을 배달해야 하니, 아마 정식 근무시간에는 다 배달하지 못할 것 같아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몇 번 선거를 해 봤지만 선거철 되면 출마한 후보자나 각 정당 등이 제일 바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선거철에 우체부 아저씨가 이렇게 바쁜 줄은 처음 알았네요. 제가 보기에는 선거철에 아마 제일 바쁘고 고생하는 사람은 바로 우체부 아저씨들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