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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아름다운 사람

못 배운 게 한! 54세 늦깎이 고교생 농부 석병오씨

 올해 나이 54세 석병오씨. 그는 농부이자 늦깍이 배움의 길로 들어선 고등학교 1학년이다.



“아부지를 일찍 여의고 남의 집 살이 하면서 고생고생 하며 살았는데... 가난이 싫어 억척같이 일했는데... 이제 어려웠던 시절 지나고 나서 나이 들어 생각해 보니 못 배운 게 한이 되더군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전북 군산시 회현면 용화마을에 사는 석병오씨. 올해 나이 54세. 학교 교문을 떠났어도 수십 년 전에 떠났을 나이지만, 그는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다. 2004년 군산 YMCA 부설 평화중학교 입학을 시작으로 올해 군산평화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내던 60-70년대는 우리나라 전체가 살기 어려웠던 시절. 그 또한 가난한 살림을 면치 못했고, 그 속에서 공부는 그리 오래 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 더욱이 1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가세는 더욱 기울어 어린 나이부터 남의 집 허드렛일 등을 하며 집 안 살림살이를 보태야 했다. 가난은 아무리 육신을 쉬지 않고 움직여도 더욱 조여 왔다. 하지만 땀 흘리는 사람에게 복이 찾아오듯 그에게도 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게 해 준 계기가 있었으니, 바로 마을 형님 한 분이 이런 석씨를 안타깝게 여겨 얼마 되지는 않지만 논을 조금 떼어 주었다고 한다.


이것을 살림 밑천 삼아 젊은 시절 그는 하루도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또 일했다. 이제는 논도 있고 소도 키우고... 하루 세 끼 밥걱정 안 할 정도 될 만큼의 살림이 되었지만, 그는 마음 속에는 늘 맺힌 것이 있었다. 바로 배우지 못한 깊은 한! 나이 들어 학교를 간다는 것에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지만 아내와 딸 등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에 힘입어 지난 2004년 YMCA에서 운영하는 평화중학교에 입학했고, 올해는 중학교 졸업 후 다시 평화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모든 과목 재밌지만 영어는 정말 어렵다고^^ 학사모 쓰는 것이 그의 꿈!


그의 영어 노트. 모든 과목이 다 재밌는데, 영어는 제일 어렵단다.^^


모든 과목이 다 재밌다는 석씨. 하지만 영어는 아무리 해도 꼬부랑 글씨라 잘 모르겠단다.^^ 시험기간에는 밤을 새워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지만 낮에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어디 밤을 새워 시험공부 하는 것이 쉬우랴? 어느 덧 잠든 자신을 깨우는 아내의 손길에 다시 일어서 펜을 잡아보지만, 그래도 쏟아지는 잠에 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하지만  늦둥이 초등학교 6학년 막내아들과의 경쟁(?)에서 안 지려고 열심히 공부한단다.


그는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가 학사모를 쓰고 싶은 게 꿈이라고 한다. 내가 예상하건데, 아마 분명히 학사모 쓸 것이다. 왜? 그것은 석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 석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 지는 그에 얽힌 유명한 일화에서 알 수 있다.


그는 농사꾼이다. 농사일이 바쁜 농번기, 하루해가 짧다. 일에 정신없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업시간.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 어느 날은 농사일을 하다 말고 수업시간에 늦을 것 같아 학교 운동장으로 트랙터를 몰고 등교해 일대 화제를 일으키기도. 또 한 번은 허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서도 수업을 듣기 위해 목발을 짚고  학교에 왔단다.

 

“배움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그는 자신처럼 형편이 어려워 배우지 못한 분들이 용기를 내서 공부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배움에 대한 목마름과 공부에 대한 열정! 그래서 나는 이 분이 반드시 자신의 꿈인 학사모를 쓸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