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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색과 향기방

폐지 모아 하루 1500원, 어느 할머니의 고단한 삶


폐지 모으는 어르신들 위해 사무실서 나오는 폐지 모았다가 드리면 어떨까요?

고물상 사장님.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어르신들의 폐지값은 시세보다 조금 더 드리면 안될까요?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이렇게 폐지를 모아 고물상에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습니다. 오늘 뵌 할머니는 처음 뵙는 할머니였습니다. 아주 조그만 키에 다리가 불편하신지 절룩거리며 힘겹게 사무실을 돌아다니시며 폐지를 모으는 할머니 모습에 유난히 마음이 아파서 사무실 직원들 책상위에 있는 신문이며 못 쓰는 종이를 모아 가져다 드렸습니다.


폐지 드리고 다시 사무실 들어가려는 데, 모은 폐지를 할머니가 끈으로 잘 묶지 못하시더군요. 기운이 없으셔서 그런지 몇 번이고 묶으려 했지만 잘 묶지를 못하시기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제가 끈으로 묶어드렸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 할머니는 당신의 고달픈 삶을 하소연하듯 말씀하시더군요.


“사는 게 죽는 것 보다는 낫다고 허니께 그냥 사는 거지, 사는 게 사는 게 아녀. 아무튼 젊은 양반 고마우이. 이제 내가 가져 갈 테니 얼른 들어가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는 할머니 말씀에 괜시리 마음 한 구석이 찡했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할머니의 삶을 힘들게 했을까요? 우리 사회가 어르신들의 고단한 삶을 덜어드릴 수는 없는 걸까요? 차로 고물상까지 가져다 드린다고 해도, 끝내 마다하시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시는 할머니. 문이 닫히는데 할머니가 어서 들어가라고 손짓 하더군요.

 

할머니는 이렇게 폐지를 모아서 하루에 1500원 정도 버신다고 합니다.


그런 생각이 드네요. 사무실마다 신문 등 폐지가 나오는 데, 혹시 이렇게 폐지를 가져가시는 어르신들이 오는 사무실이라면 별도의 박스에 폐지를 잘 모아두었다가 드리면 어떨까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필요 없는 폐지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는 ‘생계’를 위한 소중한 폐지이니 크지는 않지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죄송한 말씀이지만, 고물상 사장님. 어르신들이 가지고 오는 폐지에 대해서는 현 가격보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더 값을 쳐주면 안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