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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동영상 뉴스

역사뒤로 사라진 마지막 종착역 장항역, 쓸쓸함만이...


80년 기나긴 세월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발이 되었
던 곳, 그리고 수많은 사연들이 묻어 있는 곳...

직선보다 곡선이 많아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덜
컹 덜컹 달렸던 80년 그 세월...

그 장항선 마지막 종착역에 바로 장항역이 있었다.
 
올해 1월 새로운 철길이 열리면서 이제는 장항선의
마지막 종착역 자리를 내어주고 역사속으로 사라진
마지막 종착역 장항역...
 
더 이상 사람이 오고가지 않기에 인적 끊긴 쓸쓸함만이 배어있을 곳, 나에게 있어서도 젊은 시절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 그곳, 추억의 장항역을 찾아가 보았다.

           80년 세월, 이제는 사라진 마지막 종착역 '장항역'
           오고가던 수많은 사람들 대신 이제는 쓸쓸함만이..



장항선의 출발역이자 종착역이었던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항역'...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내리던 분주했던 곳... 하지만 역사 뒤로 사라진 그 자리에는 사람의 발길은 온데 간데 없고 인적 끊긴 짙은 쓸쓸함만이 배어 있었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을 태우느라 분주했던 택시들도 자취를 찾을 수 없었고,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삼삼오오 모여 입담을 나누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던 기차 기적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장항역이 폐쇄되자 역 주변 상가들도 하나 둘 장항역을 떠나고 있었다.

장항선의 마지막 종착역 장항역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고, 사라지고 있었다.

학교 다니던 시절, 나는 늘 시골 고향을 오고 갈 때마다 이곳 장항역에서 기차를 탔고, 또한 내렸다. 어느 날인가는 기차에서 내리니 검문을 하고 있었는데(당시는 노태우 군사정권 시절이라 학생 검열이 많았음) 검문을 하던 전경은 그날 따라 나를 붙잡지 않았다. 아마 양 손에 김치며 반찬을 싼 보자기를 낑낑대며 들고오는 내 모습, 그 모습이 얼마나 촌스럽게 보였으면 아예 검문도 안했을까 하는 우스운 생각도 한다.

대천 해수욕장으로 모꼬지(MT)를 떠날 때도 꼭 이 장항역을 통해 가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주위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웃고 떠들고 노래 부르며 벗들과 함께 떠나던 여행... 지금의 아내와 여행을 갈 때도 이곳 장항역을 통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곤 했다. 젊은 시절, 그 낭만과 추억들을 이 장항역은 그렇게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따금 내 자취방에 오셨던 엄마가 다시 시골로 가실 때도 이 장항역에서 기차를 탔다. 어머니를 기차에 태워 드리고, 떠나가는 기차를 볼 때 그냥 왠지 슬픈 마음이 들기도 했던 곳....명절 때면 학생이라 특별히 사 갈 형편은 안됐지만, 그래도 아버지 좋아하는 생선 한 꾸러미 사가지고 가던 곳도 바로 이곳 장항역이었다.

80년이라는 기나긴 시간동안 그 자리를 지켰던 장항역, 그 장항역과 관련된 추억을 간직한 이가 어디 나 뿐이겠는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곳.... 80년 긴 세월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싣고 달렸을까? 그 세월의 흔적을 뒤로 하고 역사속으로 사라진 곳, 이곳이 바로 장항선의 마지막 종착역 장항역이다. 쓸쓸한 장항역을 보면서 사람들의 추억을 삼켜버리는 오늘의 이 문명의 발달이 좋은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