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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참세상 꿈꾸며

농부의 아들이 ‘땅 부자 내각’에게 보내는 편지

땅 투기가 아니라 농사 지을 목적이었
다고요?

그래서 주말에 가끔씩 내려가 직접 농
사일도 하셨다고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손바닥으
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땅 부자 내각’
의 거짓말에 참을 수없는 분노를 느낍
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 여러분들과 같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다
는 사실에 서글퍼집니다.
 


땅을 너무도 사랑한다는 ‘땅 부자 내각’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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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농부의 아들입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아픈 아버지 대신 농사일을 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주말이 되면 부모님 일손을 도우러 시골에 갑니다. 지금 ‘땅 부자 내각’에 있는 사람들의 땅 투기 의혹 때문에 몹시 시끄러운데,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의혹 당사자들의 해명에 관해 솔직히 화가 많이 납니다.


농부의 아들로서 ‘땅 부자 내각’에 있는 분들에게 이 편지를 씁니다.


땅을 사랑하는 땅 부자 내각 여러분에게!


지금 여러분들께서는 땅을 너무도 사랑해서, 이곳저곳에 땅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증명이라도 하듯 참 땅을 많이도 사 두셨더군요. 그런데, 이게 ‘투기’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입장이 곤란해지자 ‘가끔씩 주말에 내려가 직접 농사지었다’는 말까지 하면서 해명 아닌 해명을 하고 있는데요.


‘가끔씩 내려가 농사를 지었다?’


그 말은, ‘그러니 투기가 아니다’라는 건데. 여러분들의 그 말을 듣고 솔직히 지금 마음에 있는 감정 그대로 말하라고 한다면, ‘당신들이 농사가 뭔지 알아?’ 라고 따져 묻고 싶습니다.


농사가 뭔지 아세요? 농사일 해 보고나 그런 말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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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사랑해서 땅을 샀다? 평생 흙에서 땀 흘려 일한 내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이 땅의 농민들을 욕 보지지 마십시오.
 

아무리 기계가 많은 일들을 해 준다고 해도, 결국 모든 크고 작은 일에 있어서 반드시 농부의 손길이 필요한 게 농사일입니다. 오죽하면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생겼겠습니까? 그만큼 농사일은 그 어떤 일 보다도 부지런하고, 또한 그 만큼 할 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말에 가끔씩 내려가 농사지었다고요? 아마 이 소리를 들은 농부들은 그 어이없음에 아마 할 말 조차 잃었을 겁니다. 주말에 가끔씩 내려가서 직접 농사를 지었다니요, 농사가 가끔씩 주말에 내려와서 일해도 될 정도로 여유롭고 한가한 일인 줄 아십니까?


지금 농촌에서는 연로하신 기력 없는 부모님들이 그 육신의 고단함을 이겨내면서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바쁠 때는 옷에 흙 묻은 채, 방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마루 한 구석에 김치 한 조각 놓고 물 말아 씹는 듯 마는 듯 밥을 먹고는 다시 논과 밭으로 향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주말에는 도시에 간 자식들이 부모님 일손 도우러 시골로 총 집합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농사일은 손도 많이 가고, 쉴 새 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 중에 하나입니다. 고추도 심어야 하고, 농약도 주어야 하고, 고추도 따야 하고, 감자도 심고, 배추도 심고, 고추 따고 추수하고.


솔직히 겨울 농한기 빼고는 늘 논과 밭으로 바쁜 걸음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농사일입니다. 너무도 바쁘고 손도 많이 가는 것이 농사일입니다. 밭 일 해보셨나요? 해도 해도 끊이 보지이도 않고, 얼마나 힘든 일일 줄 아십니까?


 
주말에 가끔씩 내려가 농사 지었다는 '땅 부자 내각'에게 정말로 하고픈 말!


"농사가 무슨 주말 레저스포츠인 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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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모를 키우는 시골 우리 집 못자리입니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정말로 허리 아픈 고단한 일입니다. '땅 부자 내각' 여러분들이 진정 투기가 아니라 농사 짓기 위해 농지를 구입했다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해 봤나요?

그런데, 주말에 가끔씩 내려가 농사지었다니요? 농사일이 무슨 레저스포츠인 줄 아십니까, 주말에 가끔씩 내려가 일하게? 농사가 무슨 체험놀이냐고요? 조그만 땅 분양 받아서 주말마다 내려가서 돌보는 그런 주말체험 농장이냐고요?


농사일은 그렇게 주말에 가끔씩 내려가 여유롭게 즐기면서 하는 체험놀이가 아닙니다.


저도 30년 넘게 아버지 일 도우면서 농사일 하지만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당신들의 해명, 아니 거짓말에 정말이지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거짓말도 유분수지.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한 나라의 장관이고 청와대 수석을 하는지, 참 대한민국 앞날이 걱정되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처구니없는 ‘땅 부자 내각’의 거짓말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낍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 당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실에 서글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