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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색과 향기방

그 누구도 언론에 인권 짓밟은 권한 준 적 없다!

인권무시 '누드사진 공개'도 언론자유인가?

 

신정아씨가 누드 사진을 찍었단다. 언론은 마치 특종기사라도 쓴 듯 신문을 도배하고 있다.  근데, 궁금한 게 있다. 사안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누드사진까지 실어가며 보도했어야 했나!  

 

그래서 묻고 싶다.

 

누드 사진 안 실으면 주장에 신빙성이 떨어질까 봐 그랬나? 아니면 혹시 누드사진 안 실으면 기사가 눈에 안 띌까봐 그랬나? 독자 알 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실어야했기에 그랬나?  솔직히 궁금해서 그런다.

 

그리고 이것도 궁금하다.

 

누드사진과 함께 문화계 유력인사들하고 친했다고 보도하면서 ‘성 로비도 처벌가능한가’라는 헤드라인도 뽑았던데. 누드사진과 함께 헤드라인을 그렇게 뽑은 건 ‘신정아씨가 문화계는 물론 권력들과의 관계를 위해 ‘성’을 이용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이 높다’라는 추론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그랬나? 아니면 누드사진과 이 기사가 ‘단독 보도’ ‘특종’ 뭐 이런 기사로서, 아주 대단한 기사라고 자랑하고 싶어서 사진 실었나?


뭐지? 난 언론의 그 깊고 깊은 편집의도를 도무지 모르겠다. 하긴, 편집권이야 언론의 자유이니, 자꾸 물으면 편집권 침해에, 언론 자유 침해하는 것이 되는 건가? 근데, 기왕 혹시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중대한 정보라 누드사진 공개했다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왜 누드사진까지 실어야 했는지?' 그것도 좀 알려주면 좋겠다.

 

아참, 언론자유만큼이나 국민의 한 사람인 나도 말할 자유가 있으니 몇 가지 좀 말해보자.


‘성 로비’사건이라? 언론은 ‘성 로비’라는 단어 자체 하나로도 우리 사회에 엄청난 후 폭풍을 몰고 올 중대한 사안에 대해 ‘성 로비’라고 규정할 만한 사실관계를 기사에서 보여주지 못했다. 단지 ‘누드사진을 찍었다’ ‘그 사진을 문화계 인사가 가지고 있었다.’라는 사실과 ‘가까운 사이라는 징표로 보인다’라는 추측을 연결해 ‘성 로비’라는 엄청난 단어를 생산해 냈다.


그래서 나는 이 기사에서 언급된  '성 로비' 주장에 대단히 신빙성 있다는 동의가 가지를 않았다.  그래서 이번 누드사진 보도는 선정적 보도, 센세이션을 통한 독자와 국민의 흥미유발 의도 외에는그 어떤 저널리즘도 보질 못했다.

 

그거야 읽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니 이만 접고... 근데, 이것은 어떡해 할 건가?


인권 짓밟은 언론, 자본 앞에 굴복한 언론은 부끄러운 줄 알라!


이번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사실은 그 누구도, 그 어떤 사회도, 그 어떤 권력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류사회의 제1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복잡한 것 빼고,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어떻게 다른 사람의 누드사진을 그렇게 버젓이 신문에 낼 수 있나?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못하는 거 아닌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이 가지를 않는다. 도대체 무슨 의도로, 어떤 기준으로, 어떤 판단 하에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 묻고 싶다.


‘누가 언론에게 한 개인의 누드사진까지 실어도 좋다는 그런 막강한 권한을 주었나?’

‘누가 언론은 그렇게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아도 된다고 허락해줬나?’


아무도 인간의 존엄성까지 짓밟아도 좋다는 권한을 언론에 준 적 없다. 국민은 언론에게 그러한 권한을 준 적이 없다. 누구보다도 권력에 맞서, 부당한 사회에 맞서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지켜야 할 언론이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 분노라는 말조차도 부족할 정도다.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누드사진까지 실어가며 선정성에 우선을 둔 듯한, 그래서 결과적으로 독자와 국민들에게 ‘흥미 거리’로 전락시키는 언론, 그리고 여전히 자본권력 앞에 한 없이 약하고 그 앞에 무릎 꿇고 복종하는 언론이 언론이라 할 수 있을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언론은 오늘의 보도 태도에 대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또한 자본권력 앞에 복종하는 언론은 더 이상 언론자유를 거론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