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툰부대,기름밭 위에 있다"
자이툰 장병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라크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연장에 동의하면서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한미관계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래에 다가올 자원전쟁에 있어서 이라크라는 나라를 가까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자이툰 부대가 주둔해 있는 곳도 기름 밭 위에 있는 것으로 안다”
이 발언을 놓고 설왕설래 말이 많은 데, 이 후보 입장에서 해석해 보면, ‘자원 외교’를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 후보의 발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이 후보 발언, 명분 없는 파병에 명분 현실화 시키고 있는 자이툰 부대 장병들의 노력 한 순간에 물거품 만든 것!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 때 미국은 ‘후세인의 독재로부터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시키고, 이라크에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라크의 석유를 노린 ‘자원 전쟁’입니다. 자이툰 부대 파병 시 반대했던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미국의 검은 속셈, 명분 없는 전쟁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러한 반대여론에도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고, 우리나라 또한 파병의 명분으로 미국처럼 이라크의 재건과 봉사, 이라크의 평화와 민주주의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이 명분 뒤에는 석유 확보라는 국익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 아는 사실, 파병 명분 뒤에 숨겼을 뿐이지요. 그냥 쉬쉬했을 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이툰 부대 장병들은 그 허울좋은 명분을 현실화시키기 위해 이라크 국민들을 위한 의료와 대국민 봉사, 그리고 교량 건설 등 재건을 위해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면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나마 부끄러운 파병에 대한 조그만 답례라도 하는 것 같아 자이툰 부대 장병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이툰 부대 장병들의 노력을 이명박 후보는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고, 대내외적으로 아예 ‘대한민국이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한 것은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라크의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라크를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서다’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해 버렸습니다.
'석유 위해서 군대 파병했다고!' 내가 이라크 국민이었다면 굉장히 '분노' 했을 것이다!
아, 정말이지 부끄럽습니다.
설령 이 후보의 발언이 ‘자원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라고 백 번 양보해 이해하려 해도 전 세계를 향해 ‘자이툰 부대가 기름밭 위에 주둔해 있다’라는 발언, 외교의 ‘외’자도 모르는 발언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라크 석유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미국도 죽어도 인정 않는 발언을 이명박 후보는 거침없이 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명분 없는 미국의 전쟁에 우리나라가 파병한다는 것에 부끄러움이 많았는데, 한 나라의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분의 이번 발언을 듣고 보니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리고 또한 이 후보의 발언대로라면 이 땅의 젊은이가 지금 이라크에 가 있는 이유는 이라크의 재건도 아니요, 이라크 국민들에 대한 봉사도 아니요, 이라크의 평화도 아니요, 이라크의 민주주의도 아니요, 오직 자이툰 부대 밑에 있는 이라크의 석유를 위해서라는 말이 됩니다. 자이툰 부대 장병들이 이 발언을 들었을까요? 들었다면 지금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목숨까지 잃으면서, 매일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장병들의 마음속에는 이라크 재건과 평화, 민주주의를 위해 이라크에 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텐데, 그러한 젊은이들에게 한 나라의 유력 대선후보가 “자이툰 부대는 기름밭을 지키러 갔다‘는 발언을 했으니, 장병들이 들었다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또한 이라크 국민들은 이 말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전쟁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을 향해, '이라크에 있는 기름 때문에 왔다'라는 말, 과연 이라크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