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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색과 향기방

먹다 남은 음식 다시 주는 식당, 정말 기분 나쁘다

 

월급을 받은지라 어제 모처럼 외식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한참을 기다리다 아들 녀석이 화장실 가고 싶다고 해서 화장실에 갔다 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났는지 식당 안이 웅성웅성 하더군요. 어떤 아저씨 한 분이 다소 화가 난 듯 큰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이게 뭡니까!”

“죄송합니다.”

“이런 식으로 장사하시면 안 되죠. 당신 같으면 기분 좋겠어요?”


결국 식당 사장님이 나와서 사과를 했지만, 그 분은 그래도 화가 안 풀린 듯 식사를 하지 않고 식당 문을 나갔습니다. 식사를 가지고 온 종업원에게 뭣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더니, 손님 깍두기에 다른 손님이 먹다 남은 깍두기가 들어가 있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다시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때 정말이지 기분이 많이 나쁩니다!

종업원이 가고 나서 저도 괜히 찜찜하더라고요.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깍두기를 돌려보면서 ‘혹시 내 것에도 있나?’하고 살펴봤습니다. 제가 그 아저씨 일로 괜히 색안경을 끼고 보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배추김치는 벌써 몇 번이고 이 상에서 저 상으로 오르내린 듯 김치가 말라있었고, 젓갈은 마치 남은 젓갈들을 다시 모아 담은 듯 정갈하지 못한 채 흐트러진 채 담겨져 있었습니다. 찌개에 담겨 있던 고기들도 왠지 이상하게만 보이고...


괜히 마음속으로 ‘이 반찬들도 다른 사람들이 먹다 남은 것 준 거 아냐?’라는 생각이 더 들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젓가락으로 반찬들을 살피자, 아내가 “식당이 다 그렇지 뭐. 그렇다고 남은 음식을 다 버릴 수는 없잖아” 하면서 저에게 핀잔을 주더군요. 하지만 먹는 내내 괜히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건데, 솔직히 아내 말처럼 남은 음식을 다 버릴 수는 없겠지요. 식당 입장에서도 이윤을 남겨야 하니 먼저 식탁에 올랐던 반찬이라고 하더라도 죄다 버릴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해서 먹다 남은 음식을 접시도 안 바꾸고 그대로 다시 손님에게 내 놓는 것은 오직 돈만 벌겠다는 나쁜 심보라는 생각도 듭니다.


솔직히 저도 그 아저씨처럼 그런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그 때마다 정말 엄청 기분 나빴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그 반찬을 안 먹는 것으로 대신했지만,  어떤 때는 못 된 짓인지는 알지만 내가 남긴 음식이 다른 손님 식탁에 또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일부러 반찬끼리 섞어 놓은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 합니다. 식당 하시는 분 입장에서 보면 남은 반찬을 죄다 버리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손님 입장에서 보면 다른 사람이 먹다 남은 반찬을 먹어야 할 때, 정말이지 기분 나쁩니다. 그래서 먹다 남긴 반찬만큼은 다시 식탁에 올리지 않았으면 하는데요, 우선 식당일 하시는 분들의 양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처음 줄 때부터 반찬을 조금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주었으면 합니다. 더 달라고 하면 그 때 더 주고요.
솔직히 식당 뿐 아니라 모든 먹는 것에 있어 하도 그동안 문제가 많이 터져나와서 불신이 팽배합니다. 오죽하면 '눈으로 보고는 못 먹는다'고 할까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음식 낭비가 심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좀 부족하다 싶을 정도로 반찬을 내 놓으면 음식 낭비도 줄어들고, 또 남은 음식을 다시 식탁에 올릴 일도 줄어드니 식당에서도 좋은 이미지로 손님에게 다가갈 수 있고, 손님 입장에서도 기분좋게 식사를 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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