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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색과 향기방

막힌 새만금, 죽은 갯벌과 사라진 생명들

막힌 새만금 그후 1년이 지난 지금, 이제 더 이상 갯벌에는 생명이 살지 않았다!


 

6월 3일에 갯벌에 갔다 왔다. 아이와 간 곳은 굽이굽이 흘러가는 만경강과 새만금의 바다가 만나는 곳.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일 때 강물과 바닷물이 2번씩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하며 강물과 바닷물이 어우러져 만든 광활한 갯벌. 바로 만경강과 새만금의 바다가 ‘자유롭게 만나’ 형성된 드넓은 하구 갯벌. 새만금 방조제 끝자락에 있는 갯벌이다.


아이와 나는 이곳에 자주 갔었다. 불과 3-4달 전만 해도 몰래 몰래 살며시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살며시 다가가 갯벌을 바라다보면 조그만 것들이 까맣게 요리조리 움직이는 것이 장관이었다. 바로 게였다. 한쪽 엄지 집게가 커다란 게가 유난히 많았다. 짱뚱어도 이리저리 팔딱팔딱 뛰어다녔다.


나는 아이가 “아빠 저기, 아빠 여기”하고 게를 가리키면 미끄러운 갯벌을 쭈욱~ 썰매 타듯이 달려가서는 구멍에 숨는 게보다 더 빨리 삽으로 구멍을 막고는 푹~ 떠서 게를 잡아 아이에게 선물로 주곤 했다. 10분 정도만 잡아도 아이가 충분히 놀 만큼 게는 많았다.


"그 많던 게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하지만 지난해 4월 21일 새만금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최종 완료된 이후 바닷길이 닫혀 더 이상 이곳에서 바닷물과 강물은 서로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갯벌은 이렇게 서서히 죽어갔다.

 

달님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려 아무리 바닷물을 밀고 당겨도, 인간이 막은 방조제의 벽을 달님은 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이상 달님의 힘으로도 이곳에 바닷물을 오게 하지 못했다.

 

바닷물 기다리며 살던 생명은 더 이상 오지 않는 바닷물을 찾아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나와 아이는 사라진 생명을 찾아 멀리 걸어 갯벌 끝까지 가 보았지만, 그곳에도 아이와 나를 반겨주는 생명은 없었다.

 

아무리 찾아봐도 살아 움직이는 생명은 없었다. 바싹 말라붙은 갯벌만이 나와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닷물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갯벌, 그렇게 갯벌은 매 말라 죽어 있었고 그 죽은 갯벌은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하지 않았다.


새만금 방조제가 막힌 후 1년이 지난 지금, 새만금 방조제 외측에서부터 새만금의 생명은 그렇게 사라지고, 죽어가고 있었다.


아이는 내게 물었다.


“아빠, 게 다 어디로 갔어?”

 

그리고 아이가 말했다.

 

"아빠, 그만 집에 가자. 게도 없고..."

 

이제 나와 아이는 더 이상 그 갯벌을 찾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새만금 갯벌 위에 공장을 세우면 커다란 발전이 되고, 그래서 잘 살게 된다.'고 하지만 나와 내 아이는 행복의 한 부분을 잃었다.

 

갯벌은 그렇게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하지도, 품에 안지도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생명을 죽이고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