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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사색과 향기방

어린 초등생 0교시 수업, 과연 학력신장 될까?

이른 아침, 출근하는 직장인보다
학교가는 아이들이 더많은 세상!

아침부터 밤 늦도록 오직 '공부'
과연 이게 학력신장 방안인가?

새벽에 신문 배달을 하는 데, 마지막 배달을
하고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오던 중 초등학생
아이를 한 명 만났습니다.

아이는 힘이 없는 표정으로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서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별다른
생각없이 아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아직 졸음이 채 안가신 듯 연신 하품을 하더라고요. 한 눈에 보기에도 무척이나 아이가 졸립고, 또한 피곤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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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얼마 후 내년이면 우리 딸도 초등학교 들어가는 데.... 우리 딸도 저러겠지. -_-

이른 아침, 졸린 눈 비비며 학교 가는 어린 초등학생들! 바라보면 마음이 아프다. -_-

순간, 갑자기 든 생각, ‘아니, 초등학생이 왜 이렇게 학교를 빨리 가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제가 가는 방향하고 같은 방향으로 가기에 잠시 말을 붙였지요. 왜 이렇게 학교를 빨리 가냐고 물었더니, 8시부터 수업이 있다고 하더군요. 언뜻 생각하기에 ‘9시부터 첫 수업 아닌가?’하는 생각에 물으니, 아침에 8시부터 컴퓨터 공부를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아이는 곧바로 학교로 향했습니다. ‘휴~ 저렇게 어린 초등학생까지 이른 아침부터 수업을 해야 할까?’ 저도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있는지라, 학교로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왠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초등학생 0교시 수업이 문제가 되어 정부에서 이를 중단하는 지시사항을 일선 교육청과 각 초등학교로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일선 학교에서는 0교시 수업이 알게 모르게 진행되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여전히 0교시 수업이 진행,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이 꽤 있더군요.
씁쓸했습니다. 그리고 새삼 아이들이 안쓰러웠습니다. 이른 아침에 신문배달하면서 보면 출근하는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 볼 때마다 아무리 ‘공부, 공부! 대학, 대학!’하는 세상이라지만, 아직 잠도 덜 깬 어린 아이들에서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등 모든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0교시 수업을 하고 밤 늦게까지 오직 공부만 해야 한다는 사실에 아이들이 안쓰럽습니다.


대선 앞두고 학력 신장 위해 0교시 수업 등을 부활하자는 일선 교육계, 과연 이게 학력 신장 방안일까?

이렇게 아침 일찍 학교 가는 아이들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아침은 먹었을까?’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다가 왔을 텐데 졸리지는 않을까?’ ‘저렇게 억지고 한다고 해서 공부가 될까?’ 하는 생각들 말입니다. 정부가 0교시 수업이나 야간 자율학습 등을 규제하면서 많이 사라진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보니 그런 것 같지가 않아 마음 한 구석 더 씁쓸해집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알아보니 더 큰 문제가 있더군요. 아예 이 0교시 수업을 정부가 나서지 말고 일선 학교가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전국 각 일선 학교와 교육위원회 등 교육계가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좀 지난 일이지만 지난 9월에는 전국 16개 시·도 교육위원회 의장들이 보충수업, 자율학습, 0교시 등을 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명분은 ‘학력 신장’으로,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에서 규제를 하지 말고, 교육청과 학교에 맡겨달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교육위원회 뿐 아니라 일선 초ㆍ중ㆍ교 교장들도 마찬가지입니다. 0교시 수업이나 보충수업 등의 부활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모 언론에서는 이 같은 교육계의 잇따른 주장에 대해 대선을 앞두고 ‘교육계의 반란’이라는 표현까지 썼더군요.

과연 이것이 교육계의 반란인지, 아니면 학력신장을 위한 불가피한 교육현장의 목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이른 아침부터 밤 늦도록 공부를 시키는 것이 과연 '학력 신장' 방안이 될 지 의문이 갑니다.
무엇보다 아침밥도 못 먹고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로 가는 어린 초등학생, 그리고 우리의 청소년들이 그저 안쓰럽다는 생각뿐입니다.

과연 이렇게까지 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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