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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족 행복 일기

엄마 편인 8살 딸이 정한 '아빠가 밥 하는 날'

“에효, 밥하기 힘들다”


오늘 아침, 아침밥을 하던 우렁각시의 이 한
마디에 내 운명이 바뀌었다. ㅠ.ㅠ
 


세수하고 나오다 이 말을 들은 8살 우리 딸,
갑자기 거실에 있는 '보드판'으로 뛰어간다.

부스럭 부스럭 뭔가를 찾더니, 아빠는 절대
보지 말라며 자기 몸으로 보드판을 가린 채
뭔가를 열심히 쓴다.


“아빠, 이제 봐”


헉! 밥하기 힘들다는 엄마의 말을 듣자마자 우리 딸이 쓴 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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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 엄마 혼자만 해서 힘든 거니까 이제부터 아빠랑 나누어서 밥 하라는 소리다.


“딸, 그런데 왜 아빠가 하루 더 많아?”

“엄마는 그동안 많이 했으니까 아빠가 하루 더 하는 건 당연하지”

“대신 아빠는 회사 가서 일하잖아”

“그래도 엄마가 더 힘들어”


딸과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 데, 이때 바로 이 아빠를 변호해 주는 이가 나타났으니, 바로 5살 우리 아덜, 나의 영원한 팬이다.^^


“아빠가 더 힘들어! 아빠는 회사 가서 일해서 돈 벌잖아. 그러니까 더 힘들지. 누나는 그것도 모르냐!”

“아냐, 엄마가 더 힘들어. 엄마는 밥하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그치 엄마?”

“아냐! 아빠가 더 힘들어. 아빠가 돈 벌어서 맛있는 것도 사 주고 그러는 거야. 그치 아빠?”

“그래도 엄마가 더 힘들어”

“아니라니깐! 그럼 넌(사이가 좋은 때는 '누나', 나쁠 때는 '너' ㅋㅋㅋ) 앞으로 아빠가 사 주는 것 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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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까지만 해도 내 편이었는데... 크면서 점점 엄마 편이 된 울 딸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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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그래도 아직 요 녀석은 나의 영원한 나의 아군! 혹시 요 녀석도 크면 엄마 편?^^


둘이 옥신각신 아빠와 엄마를 변론하던 녀석들. 그런데 그 와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 보드판으로 후다닥~ 달려가는 아덜. 누나가 보드판에 적은 글씨를 지우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채고 동생만큼이나 잽싸게 움직이는 이가 있었으니...^^
 

잽싸게 뛰어가던 녀석은 보드판 앞에까지 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녀석보다 더 빨리 달린 누나에게 붙잡혔으니... 결국 3살 위인 누나의 힘을 결국 극복하지 못한 채 녀석의 거사는 3분안에 실패로 돌아갔다. ㅋㅋ 치열한 논쟁 대신 아덜의 돌출행동으로 갑자기 폭력이 난무한 거실, 그런 녀석들 보며 웃겨 죽는 줄 알았다.^^

동생을 힘으로 제압한 딸. 하지만 동생의 또다른 돌출행동에 우려를 금치 못했던 딸은 아예 보드판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 후 방문을 닫아버렸으니. 결국 '딸이 정한 아빠의 밥 하는 날'은 2(아빠 아들):2(엄마 딸) 라는 동률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힘에 뒤진 상황 탓에 원안 그대로 통과됐다. ㅠ.ㅠ


그래서 난 주말 쉬는 날에만 하던 밥을 앞으로는 화요일과 목요일까지 해야한다. 녀석의 거사가 성공했어야 하는 건데. 흑흑! 

아들부터 날 걸 그랬나? 히히^^